『덴저러스 메서드』 에 등장하는 네 명의 인물

 지난번 를 다시 보고 있는 동안 몇 가지 생각이 떠올라 베껴 적는다.

이 영화의 주요 등장인물은 모두 4명이다.

먼저 사비나 슈필라인, 칼 융, 오토 그로스, 그리고 지그문트 프로이트. 이 네 사람은 각자의 성욕에 대해 각기 다른 태도를 취한다.

우선 사비나 슈피라인은 신경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영화 소개에서는 사비나 슈피라인이 도착증을 앓아 입원했다는 식으로 나오지만 그는 신경증 환자다.

그녀는 자신의 마조히즘적 환상에 의해 격렬하게 갈등하고 있었고, 그녀의 히스테리 발작은 그 마조히즘적 환상이 상연됐을 때의 환상을 몰아내기 위한 행위였다.

처음 성욕을 놓고 갈등을 빚었던 슈피라인은 융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환상에 점점 가까워진다.

이후 슈필라인은 그 성욕을 융과의 관계로 실현한다.

당시 융은 결혼해 있었는데 슈피라인은 융을 사랑했고, 융 역시 그녀를 사랑했다.

그러나 융과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고 그녀는 융을 떠나 프로이트를 만난다.

이 과정 속에서 슈피라인은 인간의 정신병리가 성욕에 의하여 생기는 갈등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두 번째 칼 융은 성욕이 신경증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거부한다.

그는 슈필라인을 사랑했지만 아내의 재산과 명예를 포기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그는 슈필라인을 매우 엄격하게 거절하고 프로이트에게 그녀가 권모술수에 능한 히스테리 여성처럼 묘사하는 편지를 보낸다.

영화에서 프로이트는 융이 자신의 환자와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그가 슈필라인을 매우 잔혹하게 대했다는 점 때문이라고 말한다.

융은 외도에 대한 자신의 성적 환상을 끝내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렇게 거부할수록 융은 프로이트와 갈등을 빚게 된다.

융은 프로이트가 자기 이론만 내세우는 독선적인 아버지 같은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프로이트는 융의 주장을 거부하고 끊임없이 융이 그에 대해 미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러나 융은 프로이트를 거부한다.

융은 극 중 마지막까지 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세 번째 오토 그로스는 앞의 두 인물과는 다른 태도를 취한다.

오토 그로스는 성에 대한 억압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환자들이 원하는 일을 돕는 것이 정신분석가의 임무라고 말했다.

예컨대 환자가 성관계를 원하면 들어주고, 자살을 원하면 자살을 돕기도 한다.

그로스는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정치적 해방운동을 하지만 그의 자유분방한 성관계는 그 운동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네 번째 프로이트는 융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융으로 인해 고통받는 인물로 등장한다.

프로이트는 융을 자신의 동료이자 정신분석학의 미래를 이끌 후계자로 보았다.

프로이트는 융을 자신의 제자가 아닌 동료라는 입장에서 접근하고, 따라서 그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이론을 허심탄회하게 주장하고 토론한다.

그러나 융은 현실 자체를 제대로 보지 못해 생산적인 토론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를테면 성욕 이론과 관련하여 슈피라인은 자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프로이트가 옳다고 말하지만 융은 ‘대부분의 경우 아마 프로이트의 말이 옳겠지만 세상은 하나의 원리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주장한다.

융은 프로이트를 아버지와 같은 인물로 취급하지만, 여기서 프로이트는 융이 자신에 대해 억압적인 증오를 갖고 있음을 알게 된다.

융은 프로이트가 죽기를 바라는 꿈을 꾸거나 연감을 작성하면서 프로이트의 이름을 지우는 방식이었다.

표면적으로는 갈등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융은 암시적인 방식으로 프로이트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고, 이로 인해 프로이트는 상당한 압박을 받게 된다.

프로이트는 융이 진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고생하는 것처럼 묘사되고, 윤구의 바람처럼 윤구의 눈앞에서 결국 쓰러지고 만다.

프로이트는 두어 번 융의 소망을 들어주려는 듯 보인다.

첫째는 이렇게 쓰러지는 모습을 융 앞에서 실현했고, 둘째는 미국으로 향하는 배에서 일어난다.

융은 프로이트에게도 꿈을 얘기해 보라고 권하지만 이때 프로이트는 잠시 뭔가를 생각하다가 체념한 얼굴로 그러면 내 권위가 손상될 것 같아 안 된다고 말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정신분석가 4명은 각기 다른 태도를 취한다.

첫 번째 진실에 괴로워하는 스피라인이 있고, 두 번째 진실을 제대로 쳐다보려 하지 않는 수컷이 있다.

세번째의 진실을 보고 있지만 이를 분석적으로 접근할 아니라 행위 수준으로 이동해 버려글로스, 마지막으로 타인이 자신의 진실과 대면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이트이다.

여기서 최종적으로 슈필라인과 프로이트는 진실에 대해 같은 입장을 취한다.

그들은 진실을 마주보고 이를 분석한다.

분석된 내용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예를 들어 슈필라인과 프로이트는 죽음의 충동이 작용하는 방식에 대해 서로 다른 이견을 나타낸다)현상이 같으므로 서로 작업을 공유한다.

반대로 그레이스는 욕망의 진실과 마주하고 있긴 하지만 그것을 분석하지는 않는다.

진실을 분석하고 구조를 밝혀내려는 것이 아니라 성욕이라는 진실이 주는 쾌락에 몰두한다.

마지막으로 융은 진실에 눈을 감는다.

이처럼 진실에서 눈을 감는 대신 진실이 주는 고통에서 눈을 돌릴 수 있는 새로운 연구를 수행한다.

텔레파시나 요정 이야기, 혹은 동시성에 관한 이론이다.

이 네 편의 이야기는 극적으로 가공된 것이지만 우리가 실제로 만날 수 있는 인물상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준다.

정신분석가란 먼저 진실을 진실을 진실을 진실을 진실을 진실을 탐구하고 탐구하는 작업이고 정신분석가는 그것을 하는 사람이다.

둘째, 우리가 진실에서 눈을 감으려 할 때 권위자에 대한 우상화(전이)가 발생하고 갈등이 심해진다.

셋째, 융이 프로이트의 해석을 거부했듯이 진실은 말로 해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네 번째 정신분석은 욕망의 진실을 행위로 옮기는 작업이 아니라 그것을 이해하는 지적 작업이다.